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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약 복용, 아침vs저녁..."야간 혈압 높으면 저녁이 더 효과적"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유병률은 30%에 육박한다.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유병률이 높은 것이 오히려 많은 환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환자가 많은 만큼 이와 관련한 민간의 속설도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혈압이 정상 수치로 돌아오면 약을 끊어도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재만 원장(성모가정의학과의원)은 "혈압이 정상 수치로 유지된다는 것은 약 복용량이 적절하다는 의미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외에 고혈압약의 복용 시점이나 함께 복용해선 안될 약이나 식품 등에 대해서도 잘못 알려진 속설이 많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인만큼, 개인이 먹는 약의 특성과 복용 시 주의점에 대해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 원장과 함께 고혈압약의 종류별 특징과 올바른 복용법, 함께 먹으면 위험한 약과 식품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증상 없는 고혈압, 20대도 안심 못해... 환자 상황별 혈압 관리 기준도 다양
고혈압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 중 하나로,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치하면 심각한 심뇌혈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증상이 없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김 원장은 "최근에는 20대부터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60대 이후에는 2명 중 1명꼴로 고혈압이 발생한다"며, "증상이 없는 초기에 발견해 조절해야 뇌혈관과 심혈관, 망막과 신장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압은 측정 방법이나 장소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진단 기준도 아래와 같이 다르게 분류한다.
• 진료실: 수축기 140mmHg 이상, 이완기 90mmHg 이상
• 가정: 수축기 135mmHg 이상, 이완기 85mmHg 이상
관리 목표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김 원장은 환자 상태별 혈압의 관리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합병증이 없는 경우: 수축기 140mmHg 미만, 이완기 90mmHg 미만
• 심혈관질환자: 수축기 130mmHg 미만, 이완기 80mmHg 미만
• 당뇨병 환자: 수축기 140mmHg 미만, 이완기 85mmHg 미만
다양한 성분의 고혈압 약, 환자 상태 따라 맞춤 처방… 큰 부작용은 없어
고혈압약의 치료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약물 성분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뉘며, 각각 작용 원리와 적합한 환자군이 다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칼슘 차단제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고 심근 수축력과 심박동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노인 고혈압 및 협심증 환자에서 유용하며, 부작용으로는 안면 홍조, 두통과 부종이 생길 수 있다.
•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혈관을 수축시키고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안지오텐신Ⅱ의 작용을 차단하여 혈압을 감소시킨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고혈압 치료제로 젊은 고혈압 환자나 신기능 저하, 당뇨병 등 대부분 질환에서 사용 가능하며, 부작용으로 발목이나 잇몸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 이뇨제
신장에서 나트륨과 수분을 배출시켜 혈압을 낮춘다. 부종이 있거나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주로 사용하며, 고용량 사용 시 요산 증가로 통풍 발생이나 혈당 상승 가능성이 있다.
• 베타 차단제
교감신경 차단제로 스트레스나 긴장으로 혈압이 높아지거나, 심방세동 환자에서 사용 가능하다. 진료실에서 혈압이 높게 나타나는 백의 고혈압이나 빈맥, 두통을 동반한 고혈압 및 협심증 환자에서 주로 사용하며, 부작용으로 손발 저림이나 피로와 무력감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김 원장은 "고혈압약은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 않고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복용을 잠시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변경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약 복용 후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주치의와 상담하여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혈압약 복용, 오전vs저녁… 오전 권장, 상황 따라 저녁 복용 가능
이런 고혈압약은 주로 오전에 먹는 것이 권장된다. 일반적인 경우 오전에 혈압 상승이 시작되고, 활동하면서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오전에 복용하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또 김재만 원장은 "특히 이뇨제를 포함하는 고혈압약은 야간 소변으로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아침 복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녁 복용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김 원장은 "야간 근무를 해서 저녁에 혈압이 오르거나, 이와 상관없이 오전에 비해 야간에 혈압이 더 높은 경우도 있어 이 경우 저녁 복용을 권장하기도 한다"며, "복용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빠지지 않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꾸준히 약 복용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약 복용을 잊었을 때의 대처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오전에 약 복용을 잊었다면 점심시간 정도에는 뒤늦은 복용이 가능하지만, 저녁 무렵에 생각나는 경우에는 당일은 건너뛰고 다음 날 오전에 복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약 복용을 떠올리는 시점이 지나친 복용 시간과 더 가까우면 즉시 복용, 다음 복용 시간과 더 가까우면 다음 복용 시간에 먹으면 된다. 다만 김 원장은 "복용을 잊어버렸다고 해서 2배로 복용하면 안 된다.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혈압 정상 유지, 적정 복용량임을 방증… 자몽주스 섭취는 주의
언제까지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또 끊을 수는 없는 것인지가 많은 고혈압 환자들의 고민이다. 특히 약 복용 후 혈압이 정상 수치로 유지되는 경우 고민은 더 깊어진다. 하지만 김 원장은 "혈압이 정상 수치로 유지되는 것은 복용하는 약의 용량이 적절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2차성 고혈압에서 원인이 해결되어 혈압이 정상이 되거나 체중이 급격하게 주는 경우, 전신 쇠약으로 약을 감량해도 저혈압이 발생하는 경우 주치의와 상담하면서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고혈압약 복용 중에는 고혈압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 복용과 식품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약제로는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약물이 있다. 이 약물들은 혈압을 높이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하여 복용과 중단을 결정해야 한다. 또 식품 섭취 시에는 지나치게 짠 음식(정제된 소금)은 혈압을 높이고, 반대로 지나친 음주는 혈압을 낮추어 혈압 변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김 원장은 "특히 칼슘 차단제 성분의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자몽이나 자몽주스는 간에서의 대사를 방해하여 고혈압 약의 농도를 과도하게 높일 수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고혈압약과 함께 먹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부득이 섭취해야 한다면 약 복용과 몇 시간 정도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염식·규칙적 운동·충분한 수면이 기본… 가족력 있는 경우 정기 검사 필수
고혈압의 치료에 약 복용이 기본이지만, '생활습관병'으로 불리는 만큼 생활습관의 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재만 원장은 "특히 고혈압은 유전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생활 습관 교정이 더욱 엄격하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 두통과 어지럼증, 숨이 차거나 부종이 생기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 이어 김 원장은 고혈압 관리 및 예방을 위해 "저염식과 충분한 식이섬유를 포함한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 7~8시간 정도 수면, 충분한 수분 섭취가 도움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