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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뚫은 후 딱딱한 혹 생겼다면 '켈로이드' 의심..."방치하면 더 커진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입학을 앞둔 시기에 그동안 못 했던 염색이나, 피어싱 등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그러나 귀를 뚫은 후 귓불이나 귓바퀴에 무언가 만져지거나 혹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한 염증이 아닌 '켈로이드'를 의심해 봐야 한다.
켈로이드는 귀를 뚫었을 때뿐만 아니라 예방주사, 찰과상, 수술 후 상처 회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 김산 원장(청담아이스피부과의원)은 "켈로이드는 일반적인 흉터와 달리 옅어지거나 저절로 사라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상처 부위를 넘어 더 넓게 커지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켈로이드가 생기는 원인부터 증상과 함께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켈로이드, 섬유 조직 과다 증식으로 튀어나오는 흉터
켈로이드(Keloid)는 피부에 상처가 생긴 뒤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 조직이 과다 증식해 상처 부위보다 더 크고 넓게 튀어 오르는 흉터다. 여드름, 수술, 귀 뚫기(피어싱), 예방주사, 찰과상 등으로 피부 진피층까지 손상을 입은 후에 많이 발생한다. 신체 모든 부위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피부가 당겨지는 힘이 강하거나 피지 분비가 왕성한 가슴, 등 위쪽, 어깨, 귀에서 흔히 나타난다.
켈로이드 발생 시 일반적인 상처보다 염증 반응이 길고 강하게 지속되며, 면역 세포들이 피부를 복구하고 재생시키는 섬유아세포를 과도하게 불러 모은다. 자극받은 섬유아세포들은 상처를 메우기 위해 콜라겐(단백질)을 과도하게 만들어 내 정상 흉터보다 약 3~20배나 많은 콜라겐이 생성된다. 보통은 남은 콜라겐이 분해돼야 하는데, 켈로이드의 경우 분해 효소 활동이 억제된다. 결국 콜라겐이 딱딱한 덩어리로 뭉치면서, 원래 상처 범위를 넘어 주변 정상 피부까지 침범하며 자라나게 된다.
김산 원장은 "켈로이드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피부 재생력이 좋으며, 여드름이 많이 나고 피어싱을 시도하는 10~30대 젊은 층에서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신 중인 여성은 여성호르몬 변화로 전신 혈관이 확장되어 켈로이드가 새로 생기거나 치료된 켈로이드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켈로이드 vs 표피 낭종 vs 비후성 반흔
켈로이드와 비슷하지만, 다른 증상으로 표피 낭종(피지 낭종)과 비후성 반흔이 있다.
귀를 뚫은 후 멍울이 생겼다면 만져지는 느낌과 내용물 유무로 표피 낭종과 켈로이드를 구분할 수 있다. 표피 낭종은 귀를 뚫을 때 피부 표피층이 안쪽 진피층으로 밀려들어 가면서 주머니를 형성하고, 그 안에 피지와 각질이 쌓인 것이다. 멍울 중심부에 작은 검은 구멍이 보이고, 짰을 때 치즈 같은 냄새가 나는 하얀 물질이 나온다.
반면 켈로이드는 뚫은 구멍 주변 살이 튀어나오는 조직이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나 포도알처럼 커진다. 멍울이 붉거나 검붉은 색을 띠며, 만졌을 때 매우 딱딱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귀 뚫은 자리를 넘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비후성 반흔은 정상적인 상처 치유 과정의 과잉 반응으로, 주로 무릎, 팔꿈치처럼 피부가 자주 당겨지는 부위에 상처가 났을 때 생긴다. 처음엔 붉고 단단하게 튀어 오르지만, 1~2년이 지나면 색이 옅어지고 높이도 낮아지며 상처 부위 밖으로 퍼지지 않는다.
이와 달리 켈로이드는 피부의 양성 종양에 가까워 작은 상처라도 그 자극을 계기로 흉터 조직이 멈추지 않고 증식해 원래 상처보다 훨씬 크고 두껍게 자라난다.
방치하면 계속 커져…반드시 치료 필요
켈로이드는 방치하면 계속 커지고 자연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의 핵심은 멍울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흉터가 더 크게 재발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보통 한 가지 방법만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본적인 비수술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가 있다. 딱딱한 콜라겐 조직을 녹여 멍울을 부드럽고 평평하게 만들며 가려움과 통증을 줄여준다. 보통 2~4주 간격으로 5~10회 이상 맞아야 효과가 나타난다.
크기가 매우 크거나 주사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멍울을 도려내는 절제술을 진행한다. 김산 원장은 "켈로이드 절제술 후 자극으로 인해 수술 전보다 흉터가 더 크게 재발할 수 있다"며 "수술 직후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압박 귀걸이 착용, 주사 치료를 병행해 재발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냉동 치료는 영하 196°C의 액체 질소를 이용해 켈로이드 조직을 급속 냉동시켜 괴사시키는 방법으로, 귀 켈로이드 같은 작은 병변에 효과적이다. 또한 켈로이드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붉은 기를 없애고 크기 증식을 억제하는 레이저 치료 방법도 있다.
재발 위험 커…상처 발생 후 초기 대응 중요
켈로이드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에 발생한 적이 있다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 상처가 난 직후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염증이 심할수록, 상처가 당겨지는 힘이 클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상처 치유 단계에서 염증을 최소화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처방받은 항생제는 끝까지 복용하고, 소독과 연고 도포를 철저히 하며 손으로 상처 부위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딱지가 떨어진 후에는 최소 3~6개월 동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흉터 전용 실리콘 겔이나 시트를 통해 흉터 부위를 코팅해 수분 손실을 막고, 콜라겐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한다. 수술 흉터처럼 상처가 큰 경우 테이핑으로 피부가 벌어지지 않도록 모아주고, 선크림이나 의류로 자외선을 차단해 색소 침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김산 원장은 "특히 귀는 켈로이드가 잘 생기는 부위 중 하나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금속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소재의 귀걸이를 착용하고, 멍울이 생기려고 하면 압박 귀걸이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 최소 6개월은 귓불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무거운 귀걸이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리 중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켈로이드가 시작되는 시점이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 상처 부위가 검붉은색으로 변할 때
- 상처 부위가 간질간질하거나 찌릿한 통증이 느껴질 때
- 상처 부위가 바닥에서 살짝 튀어 오르기 시작할 때
조기 치료를 받는다면 켈로이드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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