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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수십 년 전부터 나타난다... '파킨슨병' 암시 4가지 조기 징후


파킨슨병은 뇌에서 움직임을 통제하는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손발이 떨리는 증상을 대표적인 경고 신호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진단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환자의 최대 20%는 휴식 중 손이나 신체 일부가 규칙적으로 떨리는 '안정 시 떨림'을 겪지 않는다. 오히려 떨림이나 경직 등 특징적인 운동 증상이 나타날 무렵이면, 자발적 움직임을 돕는 뇌간의 핵심 구조물인 '흑질(substantia nigra)' 내 신경세포의 50~70%가 이미 사멸한 상태다.

따라서 운동 능력에 변화가 생기기 10년 이상 전부터 변비, 후각 상실 등 비운동성 전조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질환의 초기 단계, 즉 '전구기(prodromal phase)'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이 반드시 파킨슨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초기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파킨슨병을 암시하는 4가지 조기 징후를 알아본다.

1. 후각 상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 상실'은 감기나 코로나19 감염의 일시적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파킨슨병 환자의 90% 이상은 장기간에 걸쳐 후각을 잃는다. 냄새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인 '후각망울(olfactory bulb)'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운동 증상이 발현되기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의 신경∙신경외과 교수 로널드 포스투마(Ronald Postuma)는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에서 "후각 상실은 질병 진단 20년 전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후각을 잃은 사람은 향후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5배 증가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냄새를 감지하고 식별하는 능력을 잃게 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점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는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 꿈속 행동 재연

생생한 꿈을 꾸는 '렘(REM) 수면' 단계에서는 보통 신체가 거의 완전한 마비 상태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마비 기능이 소실돼 꿈속의 행동을 현실에서 주먹질이나 발길질, 대화 등으로 직접 표출하게 되는 것을 '렘수면 행동 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 장애를 가진 사람의 50~70%는 평균 5~10년 이내에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로 발전한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렘수면 행동 장애가 나타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을 예측하는 진단적 강도가 130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3. 만성 변비

누구나 흔하게 겪는 변비도 수주 이상 지속된다면 파킨슨병의 징후일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3분의 2가량이 변비를 겪는다. 파킨슨병이 소화관을 감싸고 있는 신경에 영향을 미치고, 장 신경세포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쌓이면서 장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9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변비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2배 높았다. 6,790명의 남성을 24년간 추적 관찰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배변 횟수가 하루 1회 미만인 사람의 파킨슨병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로널드 포스투마 교수는 "20대~30대에 변비가 있는 사람들조차 30~40년 후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여, 이제 질환이 장을 통제하는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변비 자체가 파킨슨병의 위험 요인인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4. 일어설 때 발생하는 어지럼증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도 조기 경고 신호로 꼽힌다. 단순 탈수나 저혈당이 아닌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기립성 저혈압은 전구기 파킨슨병의 특징일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립성 저혈압 환자 79명 중 18명(23%)이 10년 후 파킨슨병이나 관련 질환 진단을 받았다.

로널드 포스투마 교수는 "탈수, 약물, 심장 문제가 아닌 신경학적 원인으로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경우, 환자의 약 절반이 파킨슨병이나 관련 질환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매우 높은 위험 요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학적 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조증상의 의미.. 권고사항은?
이러한 전조증상 하나만으로는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없으며, 다른 의학적 원인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가족력이 동반된다면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자신이 수면 중 꿈을 행동으로 옮긴다고 의심된다면 의사에게 수면 다원 검사를 요청해 확인할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료원(Johns Hopkins Medicine)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 센터장인 켈리 밀스(Kelly Mills) 박사는 "이러한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향후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실제로 크게 증가한다"며, "변비, 후각 상실, 수면 중 이상 행동이 동반된다면 각각의 위험 요인이 더해지는 것이지만, 평가를 받기 전에 섣불리 결론 내리지는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