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공휴일 휴진
햄·소시지 즐기는 식습관, 위암·식도암 위험 키운다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많이 먹을수록 위암과 식도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라몬 룰 대학 등 유럽 9개국 공동 연구팀은 유럽 전역으로 14년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가공육 섭취가 늘어날수록 위암과 식도암 위험이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가공육 섭취와 위암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암 및 식도암 발병 위험과 영향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유럽 내 45만 112명의 평소 식이요법, 생활 습관, 신체 계측, 병력 및 혈액 샘플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육류 섭취와 위암 및 식도암 발병 위험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시 식생활과 관련된 설문에 응답했고, 이후 연구팀은 이들을 14년간 장기 추적해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14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45만 112명 중 876건의 위암과 215건의 식도암 사례를 발견했다. 위암 발생 위험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높았으며, 연구 참여 당시 60세 이상인 사람들에게서 더 높았다. 또 가공육 섭취량이 하루 30g 늘어날 때마다 위암 위험은 9%, 식도암 위험은 13% 증가했다. 식도암의 경우 위험도가 최대 2.22배까지 높아져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가공육은 제조 과정에서 염장, 훈연, 발효, 보존 처리 등을 거친 육류를 말한다. 연구팀은 가공육에 포함된 질산염 등이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으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와 식도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장기간 축적되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닭고기와 같은 백색육에서도 일부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이는 닭고기 등의 백색육을 많이 먹을수록 위암 위험을 낮춘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는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여성의 경우 백색육 섭취량이 하루 20g 증가할 때 비분문부 위암(Non-cardia gastric cancer) 위험이 20% 높아졌다. 비분문부 위암은 식도와 연결되는 위의 입구인 '분문부'를 제외한 위체부, 위전정부 등 위장의 다른 부위에 발생하는 위암이다. 연구팀은 "고온 조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발암물질이나 장내 미생물 변화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파울라 작신(Paula Jakszyn) 스페인 라몬 룰 대학(URL) 산하 기관 블랑케르나 보건과학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위암과 식도암의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고 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 지침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백색육과 위암 위험 간의 예상치 못한 연관성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Meat Intake and Risk of Gastric and Esophageal Adenocarcinoma in the 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 (EPIC) Study: '유럽암·영양 전향 연구(EPIC)에서 육류 섭취와 위암 및 식도암 위험 간의 관계)는 2026년 5월 20일 '국제암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게재됐다.